하루 만 보를 걸어야 건강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 숫자는 1965년 도쿄 올림픽 직후, 일본 야마사라는 회사가 걸음 수 재는 기계에 '만보계'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생겼다. 연구가 아니라 상품 이름이 먼저였다. 그 뒤 60년 동안 과학은 무엇을 확인했을까?
연구가 확인한 것
"만 보라는 권고를 뒷받침할 증거는 거의 없다." 2022년, 연구 15개를 합쳐 성인 4만 7천여 명을 추적한 분석이 그렇게 적었다. 만 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만 보라는 숫자에 근거가 없다고 한 것이다.
같은 분석에서 걸음 수가 늘수록 어떤 이유로든 사망할 위험은 낮아졌다. 가장 큰 차이는 뜻밖의 자리에 있었다. 하루 3,500보쯤 걷는 사람들보다 5,800보쯤 걷는 사람들의 사망 위험이 40% 낮았다. 그보다 더 걷는 집단들은 거기서 조금씩 더 낮아졌을 뿐이다.
그리고 효과가 멈추는 지점이 있었다. 60세 이상은 하루 6,000~8,000보, 60세 미만은 8,000~10,000보였다. 효과가 더 늘기를 멈추는 지점은 만 보이거나 그보다 앞이었다. 60세 이상에서는 그 지점이 더 앞에 있었다.
왜 그런가
걸음 수가 왜 몸에 이로운지는 한 가지 원인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원인 대신 조건을 본 연구를 소개한다. 걸음 수를 앉아 있는 시간과 함께 본 연구다. 2026년, 미국 성인의 손목 기기 기록을 분석한 것이다.
하루 14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사람은 8시간 앉는 사람보다 여러 질환의 위험이 높았다. 걸음 수를 하루 1,700~5,500보 더 늘리면 그 늘어난 위험이 상쇄됐다. 그러나 관상동맥질환과 심부전에서는 어떤 걸음 수로도 위험이 완전히 상쇄되지 않았다. 걸음이 덜어 주는 위험과 덜어 주지 못하는 위험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걷는 속도도 관계가 있었다. 영국 성인 수만 명을 8년 추적한 연구에서, 걷는 속도 역시 사망 위험과 꾸준한 관계를 보였다. 몇 보를 걷느냐만이 아니라 어떻게 걷느냐도 숫자 안에 들어 있다.
숫자는 사람마다 다르게 쌓인다. 스페인의 60세 이상 남녀를 보면 남성은 하루 평균 8,900보 남짓, 여성은 7,800보 남짓을 걸었다. 걸음 수는 나이와 성별, 평소 활동량에 따라 크게 달랐다. 같은 만 보라도 사람마다 무게가 다르다.
산업은 어디로
만보계라는 이름은 1965년의 기계에서 왔고, 지금 그 기능은 손목에 차는 기기 안에 있다. 가민의 2025 회계연도 공시를 보면, 피트니스 부문 매출은 23억 5,700만 달러로 한 해 전보다 33% 늘었다. 회사는 그 이유를 웨어러블 수요로 적었다.
60년 전 상품 이름이었던 숫자는 지금도 손목 위에 있다. 걸음 수를 세는 일은 이제 산업이고, 만 보는 그 산업이 물려받은 숫자다.
내 몸에 적용하면
그러면 몇 보를 목표로 삼아야 할까. 이 글은 답을 정해 주지 않는다. 다만 숫자 몇 개는 기억할 만하다.
영국 성인을 본 연구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걸음 수는 9,000~10,500보였다. 그 효과의 절반은 4,000~4,500보에서 이미 나왔다. 다른 연구에서는, 가장 적게 걷는 사람들보다 하루 2,200보쯤 더 걷는 사람들의 사망 위험이 거의 절반이었다.
만 보를 못 채운 날의 걸음도 헛되지 않다. 그리고 60세가 넘었다면, 효과가 멈추는 지점은 만 보보다 낮은 곳에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의료비는 1만~1만 2천 보 부근에서야 평평해졌다는 일본의 관찰도 있다. 어느 숫자를 볼지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달려 있다.
만 보는 몸이 정한 숫자가 아니라 60년 전 누군가 길가에 세워 둔 표지판이다. 몸은 그 표지판보다 앞에서 이미 답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