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는 것은 시계처럼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우리는 배웠다. 노화는 세포와 조직에 분자 손상이 일방적이고 되돌릴 수 없이 축적되어 기능 저하가 진행되는 과정으로 다뤄져 왔다. 그런데 세포에 쌓인 나이 표지를 지우자 세포가 스스로 젊은 상태로 되돌아가는 결과가 동물 실험에서 나오고 있다.
노화는 역전될 수 있는가?
연구가 확인한 것
먼저 정통적인 그림부터 짚자. 손상이 쌓여서 늙는다는 관점이 지금까지 노화를 설명해 왔다. 그런데 여기에 대안이 등장했다.
세포 재프로그래밍, 특히 야마나카 인자(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단백질 4종)를 일시적으로 발현하는 부분 재프로그래밍(세포 나이를 일부만 되돌리는 기술)은 노화가 주로 후성유전체 정보의 상실과 관련된 세포 안의 과정이라는 가설을 검증한다.
이 시도가 흥미로운 이유가 하나 있다. 시계를 직접 되감는 부분 재프로그래밍은 후성유전체 시계(유전자 표식으로 잰 세포의 나이)가 동시에 측정치이자 치료 표적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나이를 재는 눈금이 곧 되감을 대상이 된 셈이다.
왜 그런가
그렇다면 세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늙은 세포를 걷어내면 되돌리기가 쉬워지는 정반대의 증거도 있다. p16High 세포를 제거하면 SAM 수준이 회복되고 인접 세포의 가소성이 높아져 재프로그래밍 중 전능성 유사 상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늙은 세포가 주변의 되돌아갈 여지를 막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되돌아간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추적한 연구도 있다. 929,009개 CpG의 차이 메틸화 분석에서 재현성 있고 유의한 변화를 보이는 부위는 14개에 그쳤고, 모든 데이터셋에서 일관된 것은 단 2개였다. 수십만 개 표지를 들여다보면 변하는 자리는 생각보다 아주 적다는 이야기다.
산업은 어디로
이 아이디어로 돈과 제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학 재프로그래밍 칵테일(세포를 되돌리는 약물 혼합물)을 이식형 삼투펌프로 중년 쥐에 낮은 용량으로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싸늘했다. 신장·간 조직의 전사체 나이에는 효과가 없었고 OXPHOS 복합체 발현에는 미미한 영향만 있었다. 용량을 올리면 사정은 더 나빴다.
더 높은 용량에서는 칵테일이 체중을 급격히 줄여 안락사가 필요할 정도였다. 약으로 시계를 되감는 길은 좁고 가파르다.
내 몸에 적용하면
그렇다면 우리 몸은 어떤가. 25,000개가 넘는 인간과 쥐 조직 검체 분석에서 노화 중 엔트로피 변화는 조직마다 매우 달랐고, 어떤 조직은 엔트로피가 늘었으며 다른 조직은 줄거나 일정했다. 몸 전체가 한꺼번에 균일하게 늙지는 않는다는 관찰이다.
쌍둥이 1,087명에서는 후성유전체 나이 가속(실제 나이보다 빨리 늙은 정도)이 골절과 골다공증 위험을 예측했고, 표준편차당 위험이 약 1.29~3.17배였다. 노화는 조직마다 다르므로 힘줄-뼈 부착부는 혈액보다 앞서 갈 수 있다는 점도 같은 연구가 짚었다. 혈액 검사 하나가 몸 전체의 나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집을 오래 쓰면 흠집이 쌓인다기보다, 살아온 기록이 가구 배치에 새겨지는 것과 비슷하다. 방마다 낡은 속도가 다르고, 아주 몇 군데 자리만 다시 펴면 집 전체가 다른 집처럼 쓰이기도 한다.